계엄령으로 분열된 한국 … 이번 대선 후 치유될 수 있을까?
- 기자, 진 맥켄지
- 기자, BBC 서울 특파원
이번 한국의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제1야당의 이재명 후보가 방탄조끼를 입고 유세를 펼친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최근 한 유세장에서 방탄 서류가방을 든 경호원들의 밀착 호위를 받으며 연단으로 이동했으며, 방탄유리 뒤에서 연설했다. 지붕 위에도 경계의 시선이 존재했다.
이는 원래 한국 정치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지난해 12월의 계엄령 위기에서 회복 중이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정권을 장악하고자 했으나, 국민과 정치인들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탄핵당하며 현재 그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그날 밤 윤 대통령이 일으킨 혼란의 상처는 더욱더 곪아가고 있다.
국가의 지도자가 없는 공백 상태에 빠진 탓에 국가는 점점 더 분열되고 정치 상황도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거리 시위에서는 여러 정치 지도자들을 처형하라는 구호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이후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명 측에서는 후보 암살에 관한 신뢰할 만한 음모도 적발해냈다고 말한다.
이번 대선은 한국을 더 안전하고 안정된 길로 되돌리는 동시에 이러한 갈등을 봉합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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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자멸적인 쿠데타로 인해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이 당은 실각한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보다는 윤 대통령과 그 행보를 거듭 옹호해 온 인물을 후보로 선택했다.
윤 대통령 행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문수 후보는 계엄령에 관한 국회 청문회 중 일어나 사죄하기를 거부한 유일한 행정부 관료로, 선거 운동이 시작되고 윤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은 후에야 겨우 사과했다.
결국 이번 선거는 계엄령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묻는 일종의 국민투표가 되어버렸다. 국민 대다수가 계엄령에 반대했기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고자 국회 벽을 넘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공개한 이재명 후보는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되었다.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 후보가 된 그는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자신이라고 말한다. 헌법을 개정해 향후 대통령들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어렵게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최근 선거 유세 중 방탄유리 뒤에 선 이 후보는 "내란 세력의 귀환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러한 약속은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 유세 현장에서 만난 박서정(59) 씨는 "이전에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계엄령 이후 그를 믿고 의지하게 되었다"면서 생애 첫 정치 집회 참여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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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인 한 남성의 경우 원래 소수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했으나, 이번에는 이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반란 사태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들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경쟁자인 김 후보보다 약 10%P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늘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그에게는 이번이 2번째 대선 본선 출마로, 3년 전 윤 전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논란이 많은 인물로, 여러 법정 싸움과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되어 있다. 그를 신뢰하지 않거나, 심지어 증오하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김 후보는 이 점을 활용해 자신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지지자들이 채택한 슬로건이다. 정책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저 이재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은 듯한 모습이다.
김 후보에게 표를 던질 계획이라는 한 노년 여성은 "김 후보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 선택지가 없다. 다른 후보는 너무 문제가 많다"고 했다.
김 후보는 특이한 정치 인생을 살아왔다. 1980년대 한국의 우익 독재 정권하에 노동자 권리를 위해 투쟁하던 학생으로 고문과 투옥 등을 겪었으나, 이후 급격히 우파로 전환했다.
현재 그는 여전히 다수가 윤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국민의힘 내 지지를 받아 후보로 선출되었다. 당 지도부는 그가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깨닫고 막판에 더 온건하고 경험이 많은 정치인으로 교체하고자 했으나, 분노한 당원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이에 여당은 더욱 힘을 잃고 분열했으며, 대선 이후에는 경쟁 관계의 파벌들로 갈라지리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자폭한 거 아닌가"라면서 "이건 정말 비참한 선거 운동"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뉴스 분석 서비스 '코리아 프로'의 김정민 전무는 "김 후보를 선택한 건 보수당이 이번 선거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이며, 그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 결정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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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후보는 이 기회를 이용해 중도층 민심을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정책도 우측으로 선회했다. 심지어 자신이 속한 좌파 성향의 정당이 사실은 보수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그는 강경 좌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과거 서울 외곽 빈민가에서 학교 대신 공장에 다니며 자란 그는 미국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의 말을 자주 인용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이 후보는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약속한 이전의 입장도 접었다. 대신 이번에는 한국의 재벌들을 공략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적인 색채인 빨간색을 자신의 파란색 로고에 더했으며, 선거 유세장에도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운동화를 신고 등장했다.
외교 정책도 새롭게 재편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 동맹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중국 및 북한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곤 했다.
하지만 현재 이 후보는 자신을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적응하는 "실용주의자"라고 내세우고 있다. 최근 TV 토론회에서는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기본축임이 분명하다"면서 "더욱 강화하고 깊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권자 및 외교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정말로 무엇을 추구하는지, 혹은 당선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는 이러한 점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프로'의 김 전무는 그의 변신이 진정성 있다고 믿는다.
"이 후보는 이미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기에 표를 얻고자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는 김 전무는 "나는 그가 멀리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국민 절반 이상의 신뢰를 얻는, 인기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가 승리하든, 국가 통합이 최대 과제일 것이다.
오는 3일 투표일은 시민들이 군사 쿠데타에 맞서 거리로 나선 지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시민들은 수개월간 이어진 혼란을 끝내고 이제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그래서 미루어 온 시급한 문제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 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하게 흔들렸던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 야구 경기장(아마 한국인들이 정치만큼이나 가장 편을 가르는 장소일 것이다)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만큼은 하나로 뭉쳐 있었다.
데이터 엔지니어인 딜런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정말 걱정된다"면서 "우리 민주주의를 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나의 투표는 그 힘의 일부"라고 했다.
20대 중반인 한 남성은 "다음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고 정확하게 다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만약 여론 조사 결과 예측되는 표 차이로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다수당인 정당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우선 3년간 주요 정치 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전무는 "이 후보가 승리한다면 한국 사회의 안전성을 재건하는 데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 과제도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후보는 만약 승리한다면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될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을 고려할 때) 매우 책임감 있게 권력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