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당, 수개월 간의 정치적 혼란 끝에 대선 승리
- 기자, 이베트 탄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서울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가 실패로 끝난 지 6개월 만인 지난 3일(현지시간) 이재명(61) 야당 후보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짧지만 재앙과도 같았던 계엄령 시도는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 커리어도 끝이 났다. 그는 탄핵당하며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며 이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외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한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협상을 통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주요 경쟁자는 윤 전 대통령 행정부 출신인 기존 집권당의 김문수 후보였다.
투표 직전까지 몇 주간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던 김 후보는 4일 새벽 패배를 인정하며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4일) 이 당선인은 사실상 승리했음을 암시하면서도 공식적인 선언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이야말로 자신의 우선순위라고 연설했다.
이번 조기 대선은 이 당선인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매우 근소한 차이로 지난 선거에서 패한 지 불과 3년 만에 치러졌다.
부패 의혹 조사부터 가족 간 갈등까지 각종 정치적 스캔들에 휩싸였던 인물의 놀라운 복귀다.
분석가들은 이 당선인의 승리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으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집권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MIN 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이 이 당선인의 공약을 강하게 지지했다기보다는, 민주주의가 붕괴했다는 인식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는 분노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고… (아울러) 계엄령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거나 혹은 연루된 여당에 대한 분명한 심판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이 당선인의 승리는 유권자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그 어떤 가치보다 더 앞세웠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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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윤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집권 국민의힘은 분열되고 혼란에 빠졌다. 내홍으로 인해 지난달 초에서야 대통령 후보를 발표했다.
사실 국민의힘 내부 혼란은 윤 대통령에서 끝나지 않았다. 직무정지된 대통령의 뒤를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2명 역시 연이어 탄핵당했으며, 그중 한 명은 이후 복직했다. 이는 한국 정치가 얼마나 깊은 갈등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러한 상황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소속 후보인 이재명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당선인은 안정적인 리더십을 내세웠다.
그렇게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이 당선인 앞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이 당선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다. 혐의로 사법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자 재판일을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만약 이 당선인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이 당선인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정치 커리어를 쌓으며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구축하는 동시에 그의 언행이 거침없다며 비판과 반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 당선인은 이후 대학에 진학해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정치에 입문한 뒤 민주당 내에서 계속 입지를 넓혀갔고, 2022년 드디어 대선 후보로 낙점되었다. 당시에는 성별 불평등 해소 등 비교적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해당 대선에서 패배한 후 전략적으로 입장을 조정해 이번에는 중도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편 정책적으로도 안전한 노선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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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이 당선인은 국민의힘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 재임 기간 자주 대립했던 정당이나, 국민의 신뢰를 재건하고 분열된 국가를 치유하려면 국민의힘 측 인사들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 대표는 "(이전) 문재인과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수년간 점점 심해진 양극화가 한국 정치를 이토록 깊게 분열시켜 놓았다"고 평가했다.
"이 당선인이 국가 통합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딜레마도 만만치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내란 시도로 보는 행위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하는데 동시에 사회 분열은 더욱 심화하지 않고 치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긴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꽤 강경하고 목소리가 큰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 청년 남성 및 고령층으로 구성된 그의 지지자들은 강한 우파적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계엄령 선포 역시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이들이 국민의힘이 선거 조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한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해 지지자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올해 1월에는 법원 청사에 난입해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비록 윤 대통령은 물러나게 되었으나, 과연 누가 그 공백을 채울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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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받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3일 오전 출구조사에서는 득표율 7.7%를 기록하며 크게 뒤처진 이준석 후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그는 반페미니스트적인 견해로 많은 청년 남성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이는 재임 시절 여성 평등이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윤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30대 남성들은 이번 선거에서 평소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이준석 같은 후보들의 영향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이들과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막고자 하는 이들이 결합하며 올해 대선 투표율은 1997년 이후 최고치인 79.4%를 기록했다.
이재명 당선인은 국내 분열 치유뿐만 아니라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한-미 동맹 관리 등 여러 시급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의 주요 국내 과제들은 점점 더 글로벌 역학과 맞물리고 있다"면서 미국이 무역 및 안보 분야의 동맹국인 만큼 미국과의 관계가 경제는 물론 국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미 수요와 성장이 정체되며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오랜 정치 경력을 지닌 이 당선인은 이 모든 상황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로 대통령직을 받아들였으며, 선거 직후 국민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