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부터 6.3 대선까지... 사진으로 살펴보는 180일
지난 180일 간 리더십 공백을 겪은 한국에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개표율 100%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체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해 최종 당선됐다고 밝혔다.
반 년이 넘는 시간동안 불안정함 속에서 일상을 살아온 시민들은 "안정을 되찾아줄 수 있는 대통령"에 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로 향했다.
BBC코리아가 작년 12월 3일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던 계엄령부터 몇 달 간 이어진 탄핵 정국까지, 지난 180여 일 간의 주요 사건들을 사진으로 정리했다.
1. 12·3 계엄령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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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경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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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국가 전체는 혼란에 빠졌다.
군이 일시적으로 통치를 맡게 됐고, 국회에는 병력과 경찰이 배치됐으며, 헬리콥터가 국회의사당 지붕에 착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군사정권 시절을 경험했던 세대는 그 때의 공포가 다시 재현될까 두려움에 휩싸였다.
일부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선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비상식량을 구비하는 등 밤새 불안함에 떨었고, 누군가는 어둠을 뚫고 거리로 나와 국회 밖에서 "계엄령 반대! 계엄령 반대!"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회로 모여 계엄령 선포를 무효화하는 표결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4일 새벽 1시가 조금 지나, 국회는 전체 300명 의원 중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무효화하는 표결을 진행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새벽 4시 30분께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의 해제를 선언했다.
이어 14일 국회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2. 윤 전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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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하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튿날인 31일 서부지법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1월 3일,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무산됐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7일, 서부지법은 공수처가 영장을 재청구함에 따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했고, 15일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피의자 조사 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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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관저 앞에 모였던 집회 참가자들의 일부는 서울구치소 앞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17일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8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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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일부는 서부지법 경내에 침입해 유리창을 깨고 집기를 파손하는 등 폭력 시위를 일으켰다.
당시 체포됐던 90명의 시위대 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공수처가 검찰에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이첩한 후 검찰과 서울중앙지법 간에 몇 번의 구속기한 연장 신청과 불허가 오간 끝에 1월 26일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으나 한 달여 지난 3월 7일 서울중앙지법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체포 52일만에 풀려났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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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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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은 1월 21일부터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부터 직접 심판정에 출석했다.
지난 2월 25일 탄핵심판의 11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84일 만,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73일 만에 탄핵심판 변론은 모두 종료됐다.
11차례의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헌법재판소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총 16명의 증인을 불러 증언을 들었다.
김 전 장관 외에도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국가 주요 인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 도심을 포함한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도 탄핵 찬반 시위가 이어졌다.
법조계 등 각계 인사 100인이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가 하면, 대학가에서는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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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38일의 최장 평의기간을 거쳐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계엄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법률 위반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된 주문이었다.
숨죽이며 결과를 지켜보던 시민들 중 일부는 서로를 껴안으며 환호성을 내질렀고, 일부는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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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기 대선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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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4월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했다.
정국은 곧바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에 의거해 6월 3일까지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거쳐 27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88.1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결과였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문수 후보와 한동훈 예비후보가 최종 경선에 진출했고, 이어 5월 3일 김문수 후보가 56.53%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문수 후보 간의 단일화에 대한 이견으로 김문수와 국힘 지도부 간의 갈등이 발발하는 듯 했으나 최종적으로 10일 김문수 전 노동부장관이 국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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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최종 후보자 명단이 확정됐다.
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2번 국민의힘 김문수, 4번 개혁신당 이준석,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8번 무소속 송진호.
원내 제3당인 조국혁신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기호 3번은 결번 처리됐으며, 6번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는 지난달 19일 사퇴했다.
7번 무소속 황교안 후보도 1일 사퇴 선언을 한 뒤 2일 선관위에서 이를 공식 확인하며 최종적으로 5명이 대선에 나서게 됐다.
이들은 12일부터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을 통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유세기간 동안 전국에 있는 유권자들을 만나고자 발빠르게 움직였다.
3차에 걸친 대선 후보 TV토론도 개최됐으나, 구체적인 정책 없이 네거티브만 격하게 오간 토론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5. 제21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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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부터 이틀 간 열린 사전투표에서 최종 투표율은 34.74%로 집계됐다.
사전투표가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 주요 대선 후보들도 잇따라 사전투표를 마쳤다.
그리고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259곳의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180여 일간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경험한 시민들은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자는 국민들을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21대 대통령선거 최종 투표율은 79.4%로 집계됐으며,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9차례 대선 가운데 4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6. 이재명 대통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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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오전 5시 10분 개표율 100%를 기준으로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9.42%)는 기호 2번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1.15%)를 8.27%p차로 앞서며 당선을 확정 지었다.
앞서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51.7%를 득표해 과반을 넘길 것이라 예측됐지만, 최종적으로 과반을 하지는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야외무대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제게 기대하시고 맡긴 그 사명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반드시,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란을 확실히 극복하고 다시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는 군사 쿠데타는 없게 하겠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주권자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291만7523표로 득표율 8.34%를,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34만4150표로 득표율 0.98%를 기록했다.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3만5791표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