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5600억원 상당의 호화 전용기를 '선물로' 받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기자, 제이크 호튼, 톰 에지턴, 조슈아 치담
  • 기자, BBC 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는 카타르 왕실로부터 4억달러(약 5600억 원) 상당의 항공기를 수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훌륭한 제스처'이며 거절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매우 불법적"이라며 지적하고 나섰으며, 몇몇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도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불법적인 요소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카타르 측은 앞서 해당 항공기와 관련해 보도된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면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카타르를 포함해 중동 지역을 방문 중인 시점에 전해졌다.

BBC 팀은 대통령이 받는 선물의 합법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항공기 선물에 대해 알려진 바는?

지난 11일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카타르 왕실로부터 '보잉'사의 항공기를 건네받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해당 항공기는 이후 개조되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으로 임시 사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루스 소셜'을 통해 "국방부는 40년 된 에어포스 원을 임시로 대체할 보잉 747 항공기를 무상으로 인도받는다. 이는 매우 공개적이고 투명한 거래"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측의 훌륭한 제스처라고 생각한다. 매우 감사하다. 나는 그런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아니"라고 답했다.

원래 보잉사는 에어포스 원으로 이용할 항공기 2대를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에 매우 불만이 있다"면서 백악관이 대신 "항공기를 사거나 확보하는 등의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팜 비치 공항에 주차된 비행기
사진 설명, 트럼프는 지난 2월 팜 비치 공항에서 해당 비행기를 둘러보았다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 비치 공항에서 해당 항공기를 둘러보았다. 2015년 작성된 사양 요약서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에는 침실 3개, 개인 라운지, 서재 등이 갖추어져 있다.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해 주먹을 쥐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출처, Getty Images

카타르 정부 관계자는 CNN에 해당 항공기가 카타르 국방부에서 미 국방부로 인도되고 있으며, 이후 에어포스 원의 안전 및 보안 기준에 맞춰 개조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조 작업에만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직전까지도 실제 사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항공기에 대해 자신이 퇴임한 후에는 "기념 박물관으로 이송될 것"이며 자신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민주당뿐만 아니라 로라 루머와 같이 오랫동안 트럼프를 지지해온 사람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 운동가인 루머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행정부의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선물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나?

여러 민주당 고위 인사들은 해당 선물 수락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소속 아담 쉬프 연방상원의원은 헌법 조항을 인용하며, 외국 지도자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 선물도" 의회의 승인 없이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미국사를 가르치는 프랭크 코글리아노 교수는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물 수수를 방지하고자" 마련된 법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헌법학 전문가 앤드루 모런 교수는 "이는 헌법을 상당히 확대해 해석하는 일로, 지금껏 이런 종류의 선물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운반되는 에어 포스 원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에어포스 원은 2003년에 로널드 레이건 기념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 중이다

미 의회는 지금껏 외국으로부터 받는 선물에 관한 여러 법을 통과시켰는데, 그중 하나가 1966년 제정된 '외국 선물 및 훈장법'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외국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기준으로 미국 공직자가 의회 동의 없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의 최대 가치는 480달러(약 68만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항공기가 최종적으로 자신의 "기념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트럼프의 박물관 재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BBC 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해당 항공기가 대통령 기념 박물관으로 이전되기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닌 행정부에 전달되는 형태일지라도 헌법 위반 가능성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현 행정부는 항상 법을 철저히 준수하여 선물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비영리 단체 '책임과 윤리의 시민' 소속 조던 리보위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해당 항공기를 사용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사용하던 에어포스 원 또한 그의 기념 박물관에 전시 중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퇴역 후 이송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후 한 번도 탑승하지 않았으며, 항공기는 줄곧 박물관 전시품인 상태입니다."

한편 미 법무부는 해당 항공기를 수락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초안 문서를 작성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해당 문건은 공개된 바 없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합법성에 대한 질문에 "법적 세부 사항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당연히 현 행정부는 항상 법을 철저히 준수하여 선물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일가는 중동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를 증진하고자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총 4일간 방문 중이다.

이번 방문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트럼프 기업'은 일련의 비즈니스 계약에 대해 발표했다. 카타르와 UAE에 골프장 및 고급 빌라 건설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백악관에 입성하며 '트럼프 기업'의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모두 넘겨준 상태로. 현재는 해당 기업과 관련이 없다.

에릭 트럼프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5월 1일 두바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한 차남 에릭 트럼프

이번달 초 '트럼프 기업'이 발표한 계약에 따르면 카타르 수도 도하 북부에 트럼프 브랜드의 18홀 코스의 골프장과 고급 빌라가 들어설 예정이다.

당시 차남 에릭 트럼프는 "카타르 디아르, 다르 글로벌과 각별히 협력하며 트럼프 브랜드를 카타르로 확장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카타르 디아르'와 '다르 글로벌'은 각각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건설 회사이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지난 4월 30일 '트럼프 기업'은 "두바이 중심부"에 역내 최초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급 주거 공간과 세계 최고 수준의 호스피탈리티"를 갖춘 80층 규모의 건물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에릭 트럼프는 지난 1일 암호화폐 관련 콘퍼런스인 '토큰 2049'에서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 중 가족 사업과 관련된 인물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리빗 대변인은 대통령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처구니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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