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스르는 브레이킹의 물리학

브레이킹은 운동신경과 창의성은 물론 인상적인 물리학의 원리까지 표현해내는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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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브레이킹은 운동신경과 창의성은 물론 인상적인 물리학의 원리까지 표현해내는 스포츠다
  • 기자, 에이미 포프
  • 기자, BBC 퓨처

브레이킹이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세계 정상급 브레이킹 댄서들이 헤드 스핀(머리를 땅에 대고 몸을 회전하는 동작)과 기상천외한 프리즈(순간 정지 동작), 화려한 발놀림으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들이 60초간 무대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에 대해 알아봤다.

선수 두 명이 격렬한 춤으로 벌이는 전투. DJ가 음악을 시작하면, 선수들은 서로를 존중의 눈빛으로 주시하며 차례차례 실력을 풀어낸다. 그들이 선보이는 비틀기와 회전은 흡사 중력을 거스르는 듯하다.

브레이킹 종목 선수들은 움직임으로 대화를 나눈다. 운동신경과 창의성을 함께 보여주는 춤으로 말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그 움직임 저변에 놓인 물리학 원리까지 의식하지는 않겠지만, 이 복잡하고 매혹적인 춤에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반영되어 있다.

브레이크댄스로도 불리는 브레이킹은 힙합 정서와 아크로바틱, 표현력 넘치는 발놀림이 결합된 도시 태생의 춤이다. 1970년대 후반 뉴욕 브롱스 자치구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데뷔하며, 전 세계를 무대를 역동적 몸짓을 선보이게 됐다.

브레이킹은 태생 이래, 경쟁을 펼치는 예술 형식으로 발전해 왔다. DJ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MC는 동작을 설명한다. 이번 올림픽에선 남성들이 참여하는 ‘비보이’와 여성들이 겨루는 ‘비걸’, 2종목이 진행된다.

평가 항목은 창의성과 개성, 기술, 다양성, 수행력, 음악성 등이다. 선수들은 톱 록(서서 하는 동작), 다운 록(상체나 하체 일부가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동작), 프리즈 등 세 가지 기본 요소를 통해 이를 항목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브레이킹 선수들이 이런 동작을 하려면,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야하고 격렬한 심혈관계 활동을 이겨내야 한다.

마찰 저항은 순간적으로 톱 록을 할 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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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동작

톱 록은 몸을 세운 상태에서 화려한 발동작과 손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중점인데, 마치 힙합 댄스를 연상시킨다.

톱 록에서 주로 포착되는 물리학 원리는 신발과 바닥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찰 저항(표면을 미끄러질 때 저항하는 힘)이다.

선수는 매우 빠르게 발을 내딛다가 갑작스럽게 멈출 수 있는 건 바로 이 마찰 저항 덕이다. 춤을 추는 선수는 관성(외부의 다른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몸은 움직이고 있는 방향으로 계속 움직인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움직이는 몸을 빠르게 멈추려면 신발로 바닥의 특정 지점을 붙잡아 발의 움직임을 멈춰야 한다.

플로어 동작

다운 록 동작은 바닥에 몸을 댄 상태에서 수행하는 동작이다. 선수들은 보통 머리나 등, 팔꿈치 또는 어깨를 바닥에 닿고 발은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동작을 한다. 비보이와 비걸이 보여주는 이런 동작에도 물리학의 원리가 반영되어 있다.

백스핀을 생각해 보자. 백스핀은 선수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상태에서 발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며 등의 특정 부위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동작이다.

보통 이 동작을 할 때 선수는 바닥에 앉은 뒤, 왼발은 바닥에 대고 오른 다리는 넓게 뻗는다. 그리고 오른 다리를 왼발 쪽으로 넓은 호를 그리듯 이동시켜 선형 운동량(대상의 직선 운동을 지속시키게 하는 운동량)을 모은다. 그 다음은 왼쪽 다리를 바닥에서 떼며 등을 바닥 쪽으로 붙이는 동작으로 이어진다.

이 자세에 이르면 선수의 등만 바닥에 닿게 된다. 때문에 다리의 선형 운동량이 각 운동량(대상의 회전 운동을 지속시키는 운동량)으로 바뀌고, 선수는 등 접촉 지점에서 위쪽으로 솟은 축을 중심으로 회전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다리와 팔을 회전 축을 향해 안쪽으로 모을수록, 마법같은 회전이 일어난다. “각 운동량 보존”이라 불리는 원칙 때문이다.

백스핀에선 선수가 팔과 다리를 회전축에 더 근접시킬 수록 회전 속도가 빨라진다. 반대로 다리와 팔을 바깥쪽으로 뻗어 회전축에서 질량을 멀리 보내면, 회전 속도는 느려진다. 이렇게 속도가 느려지면 다른 동작으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특정 동작에서 멈추기

프리즈는 선수가 음악에 맞춰 펑키한 자세로 멈추는 것이다. 대부분 몸을 거꾸로 한 자세에서 나온다. 프리즈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선수는 몸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통제해 바닥과 닿은 신체 부위 가까이로 보내야 한다. 무게중심이란 선수의 신체 부위 질량의 평균점으로, 신체의 질량이 집중되는 “균형점”이라 할 수 있다.

선수의 무게중심이 바닥에 가까울수록 프리즈 동작을 유지하는 게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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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선수의 무게중심이 바닥에 가까울수록 프리즈 동작을 유지하는 게 쉬워진다

프리즈 동작을 하는 선수는 무게중심이 최대한 지면에 가까울 때가 가장 안정적이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팔을 구부린 채 프리즈 동작을 한다. 이렇게 하면 바닥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토크에 의해 몸이 한쪽으로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토크란 렌치를 돌릴 때 쓰는 것과 같은 회전력을 말한다. 토크는 보통 두 가지 요소에 좌우된다. 가하는 힘의 양과 피봇 포인트로부터 힘을 가하는 지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다. 선수의 무게중심을 지면에 가깝게 하면 피봇 포인트(지면)와 중력이 가해지는 곳(선수의 무게 중심) 사이의 거리가 줄어든다.

선수가 움직임 중에 동작을 멈출 때는 관성의 변화를 힘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에 큰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관절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적합한 의상

많은 스포츠 종목이 특유의 경기복을 정해놓고 있다. 그런데 브레이킹에는 정해진 경기복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는다. 하지만 몸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최적의 복장을 갖춰야 한다.

적절한 헤드기어를 착용하는 게 물구나무 서기나 스핀에서 차이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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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적절한 헤드기어를 착용하는 게 물구나무 서기나 스핀에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선수는 스핀을 할 때 몸과 지면의 마찰을 줄여줄 셔츠를 입는 게 좋다. 셔츠 뒷면의 레터링이나 이미지는 마찰 저항을 가중시켜 다운 록 동작에 방해가 된다. 팔꿈치로 미끄러지는 동작을 하는 선수는 맨살이 바닥에 닿으면 마찰 저항이 더 커지므로 긴 소매를 입는다.

헤드기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브레이킹 전용으로 제작된 다양한 스타일의 헤드기어가 있지만, 선수는 자신의 춤 스타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비를 선택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면서도 머리와 바닥 사이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약간의 완충재가 있는지 확인하는 건 필수다.

다운 록을 할 때는 등과 팔꿈치, 머리 등이 회전 축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 부위 마찰을 최소화해주는 장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톱 록 풋워크를 하기 위해선 마찰 저항을 최대화해주면서 접지력이 있는 신발이 필요하다. 또한 선수들은 손에 땀이 차지 않게 해주는 장비도 필요하다. 손에 땀이 나거나 미끄러우면, 다운 록 스핀을 할 때 손의 마찰력으로 회전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 움직이는 브레이킹은 힘과 예술성, 물리학이 함게 어우러지는 세계다. 2024년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을 보는 많은 관중들을 그 매력에 한껏 빠지게 될 것이다.

에이미 포프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클렘슨 대학의 물리학 및 천문학 주임 강사다.

이 글은 원래 ‘더 컨버세이션’에 게재됐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통해 각색, 재발행했다.